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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이후 주한미군이 주둔하며 발전한 군사도시인 경기도 동두천시는 1981년 시(市)로 승격됐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대중가수들은 미군이 출입하던 클럽에서 공연하며 실력을 쌓았다. 이러한 역사 덕분에 ‘동두천 락페스티벌’은 국내 최장수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2017년 7월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있던 주한 미8군사령부는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했으며 동두천과 의정부에 주둔하던 미군도 단계적으로 옮길 계획이다. 동두천시는 반환받은 미군 공여지를 공단으로 개발해 지역 경제 공동화 현상을 극복할 계획이지만 부지 반환이 지연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인근 양주시·의정부시와 통합을 통해 경기북도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려는 동두천시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동두천시장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시장은 공무원과 정치인 출신 경쟁 중역대 민선 동두천시장은 방제환·최용수·오세창·최용덕·박형덕이다. 민선1·2기 방제환은 경기도 지방공무원 출신으로 관선 연천군수·김포군수·화성군수·동두천시장을 지냈다. 3선에 도전했으나 최용수와 경쟁에서 밀렸다.3·4기 최용수는 방제환과 마찬가지로 경기도 지방공무원으로 동두천시와 남양주시에서 행정경험을 쌓았다. 2007년 비리 혐의로 4기 시장을 중도에 그만뒀다. 4기 보궐·5·6기 오세창은 4대 경기도의원과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정치 기반을 구축했다.7기 최용덕은 동두천시 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행정사로 활동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8기 박형덕은 5·6대 동두천시의원과 9대 경기도의원을 지내며 지역에서 신임을 얻었다. 7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후 재도전을 통해 꿈을 이뤘다.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동두천시장에 당선된 국민의힘 박형덕은 7기 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최용덕, 무소속 정문영과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당선된 박형덕은 5대 공약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동두천 연장 추진 △제생병원 조기 개원 및 의대 설립 추진 △노인회관 및 예술의전당 건립 추진 △청년 및 신혼부부용 기본주택 건립 추진 △국가산업단지 30만 평 확대 추진 등을 제시했다.낙선한 최용덕은 △GTX-C 동두천 연장 추진 △국가산업단지 2단계 사업 추진 △원도심 활성화사업 추진 △도시 뉴딜사업 추진 △동두천청년센터 조성 △반환 공여지에 폴리텍캠퍼스 유치 △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 건립 추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정문영의 공약은 △좋은 일자리가 넘쳐나는 동두천 △시정이 편리한 시민 중심 동두천 △교육혁신 도시 동두천 △문화재단 설립 및 락페스티벌 개최 등으로 단출하다.▲ 경기도 동두천시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사회·문화 공약 75% vs 기술공약 0%8기에 당선된 박 시장은 후보자 시절 9개 분야·53개의 세부 공약을 제시했다. 당선 후 △교육이 미래다(7) △동두천을 경제도시, 젊은 도시로(7) △두터운 복지, 살맛나는 도시로(7) △광역교통망 확충(3) △도시재생 추진(4) △공무원 조직의 활성화(2) 등 9개 분야·44개 단위사업으로 조정했다.국정연은 박 시장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공약 44개를 요소별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4)·경제(7)·사회(21)·문화(12)·과학기술(0)로 구성됐으며 사회 공약이 전체의 47.7%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문화 공약 27.3% △경제 공약 15.9% △정치 공약 9.1% 순이며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0%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첫째, 정치 공약은 △디지털시정운영시스템(메타버스) 구축 추진 △청년 사업가의 적기 자금 확보를 위한 행정지원책 마련 △시설관리공단 설립 △공정한 인사정책 시행 등이다.둘째, 경제 공약은 △국가산업단지 30만 평 확대 통한 투자 기업 유치 △국가산업단지 내 신재생에너지 적극 유치 △소상공인 적기 자금 활용을 위한 특례보증 확대 △저탄소 녹색 성장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등을 말한다.셋째, 사회 공약은 △보육 교직원 복지 혜택 확대 △다문화가족 자녀 사회 포용 안전망 사업 △GTX-C 연장 추진 △광역교통망과 연계한 남북고속도로 건설(서울·동두천·연천) △구도심 도시재생사업 추진 △지능형 폐쇄회로(CC)TV 확충 및 대응시스템 강화 △제생병원 조기 개원 및 의대 설립 추진 등으로 다양하다.넷째, 문화 공약은 △초·중·고등학생 선진지 견학과 해외연수 기회 확대 △우수교사 우대정책 추진 △디지털플랫폼교육센터 운영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 추진 △문화예술의전당 건립 추진 △문화예술 도시 및 문화 트렌드 개발 등이다.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1개도 없다. 국가산업단지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과학기술 관련 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고민을 충분하게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 지속 가능 성장 기반 구축 불가능한 공약박 시장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2점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정한 인사정책 시행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제도 운영 △전보 기준 구체화 △평가 및 조직진단 활성화 △상시적 소통채널 강화 등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하지만 주민에 의해 선출된 시장은 자신의 공약을 잘 보조할 수 있는 공무원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인사 불만은 불가피하다.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이후 공무원 인사에 대한 불만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인 출신 시장이 공정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낮다.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동두천시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24점을 획득했다. 국가산업단지 30만 평 확대를 통한 투자 기업 유치는 1단계 조성 사업지 서남측 일원 약 17만7000평을 2031년까지 2단계로 개발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총 2400억 원이 투자된다.지난해 5월부터 1단계 부지 수용이 시작됐기 때문에 동시에 설계에 들어간다는 2단계 사업은 요원하다. 특히 경기도에 국가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가 다수임에도 계획대로 운영되는 공단은 많지 않다. 신재생에너지의 종류가 다양해 동두천시의 지형에 적합한 산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18점을 받았다. 저탄소 녹색 성장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는 단독·공공주택 소유자 중 태양광발전설비 설치 희망자에 미니태양광 발전설비를 보급하려는 것이다.지난해 2억26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71가구를 지원했다. 향후 3년간 최대 2억9000만 원으로 200가구에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271가구 규모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큰 도움도 되지 않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의 생색내기에 불과한 공약이다.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22점을 획득했다. 청년 사업가의 적기 자금 확보를 위한 행정지원책 마련은 19~39세 창업 준비 청년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공모를 통해 총 10억 원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이다. 단순 행정지원만으로 청년 사업가의 자금을 적기에 제공하기 어렵다.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24점을 받았다. 디지털시정운영시스템 구축은 시민에게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체험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사업과 연계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2023·2024년 총 3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며 메타버스 구축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효과가 낮아 불필요한 예산 지출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메타버스 관련 기술이 충분하게 개발되지 않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종합적으로 박 시장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44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10점으로 달성률은 44.0%에 불과하다. 정치인 출신으로 주민과 공무원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동두천시의 지속 가능 성장 기반의 구축과는 거리가 먼 공약이 대부분이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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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하 한진)은 창업자 조중훈 회장이 1945년 설립된 한진상사가 모태로 항공운송업, 해운운송업, 육상운송업, 택배사업, 정보통신업, 호텔사업, 기내판매업, 관광업, 기내식사업, 항공우주사업, 리무진사업, 지상조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국내외에 약 100여 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Global Logistics를 선도하는 종합물류전문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진은 1970년대 삼성, LG에 이어 재계서열 3위까지 진입했지만 창업자 아들들이 금융, 중공업, 해운, 항공 등으로 그룹을 분할하면서 그룹위상이 많이 위축됐다. ◇ 수송보국을 기치로 대기업으로 성장한진은 1945년 설립된 한진상사가 모태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1956년 미군 물자운송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국내 대기업의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성실과 신용이 사업의 무기였다.난관이 있었지만 신용을 바탕으로 한 미군 물자운송사업은 날로 번창했고, 1966년 베트남 물자수송을 하면서 규모를 확장했다. 베트남 사업을 계기로 한진은 작은 운송업체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1960년대 말부터 베트남에서 번 돈으로 국내 사업을 다각화했다. 미군 버스를 불하받아 버스운송사업에 진출했고, 포스코 건설을 계기로 항만하역운수업에도 진출했다. 적자투성이던 대한항공을 인수해 항공운수업도 진출했다.1970년대는 해운운송업에도 관심을 가져 1974년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물류업 자체가 비용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원가절감으로 견뎌내면서 중동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막대한 건설물량이 쏟아지고, 인력의 투입이 활발해지면서 물류업도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었다.1989년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해 한진중공업으로 개칭했다. 대한조선공사의 건설부문은 한진건설이 됐다. 2007년에는 저가항공사인 진에어도 설립해 저가항공시장에 진입했다.조중훈 회장은 ‘수송’이 인체의 혈관처럼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수송사업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다른 대기업이 백화점식 문어발확장을 할 때도 그는 운수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에 집중했다. 인수한 대한항공을 정상화하자 항공기 지상조업, 정비, 기내식, 호텔 등 부대사업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었다. 조중훈 회장의 말년인 2000년 4남인 조정호가 메리츠증권을 가지고 분가했다. 금융관련 계열사를 중심으로 분리한 후 금융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2남인 조남호는 2005년 한진중공업을 계열분리해 나갔고, 한진해운은 계열분리는 되지 않았지만 3남의 부인인 최은영이 회장이다. 분리한 그룹 중 메리츠그룹은 무난하게 경영되고 있지만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 근로자 분신과 농성으로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고, 한진해운은 실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진도 대한항공을 제외하곤 실적이 좋지 못하다. 한진의 간판기업인 대한항공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택배사업, 물류사업 등 어느 곳 하나 확고한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수송 외길을 걷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외부환경이 녹녹하지 않다.창업자 조중훈 회장이 ‘길 없는 곳에 길을 닦는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기업을 물려 받은 자식들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 재산싸움으로 형제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국내 재벌기업 중 재산싸움이 벌어지지 않는 곳이 없다. 단순히 감정싸움으로 그치기도 하고, 민사소송으로 번지기도 한다.국내 최대재벌기업인 삼성그룹도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을 두고 이맹희, 이건희 등 형제자매가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진과 같이 물류전문그룹인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두고 형제간에 불화가 발생해 그룹분리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난히 형제애를 강조하고 그룹을 분할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그룹 회장을 하던 두산그룹의 경우에는 재산싸움이 내부고발로 번져 전∙현직 회장이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한진도 창업주의 사망 이후 유언장의 진위여부 등을 갖고 형제들이 지루한 소송전을 벌였다. 장남과 3남이 한편이고, 2남과 4남이 다른 편으로 갈라섰다.2005년에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정석기업의 차명주식 증여 소송을 벌였다. 조중훈 회장의 유언장에 없던 현금 1000억 원과 정석기업 주식 7만 주가 발견되면서 소유권 갈등이 발생했다.2006년에는 대한항공 면세품 납품업체을 브릭트레이딩에서 삼희무역으로 변경하면서 문제가 됐다. 2남과 3남이 장남 조양호 회장이 브릭트레이딩을 폐업하면서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008년에는 창업주의 사가인 부암장을 기념관으로 건립하는 이슈를 두고 소송전을 벌였다. 2002년 창업주가 사망하면서 부암장에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합의했지만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이를 지키기 않는다고 2남과 3남이 손해배상과 지분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2009년에는 대한항공과 한진중공업의 토지매매에 관련된 소송전이 발생했다. 1995년 대한항공이 한진중공업으로부터 매입한 토지의 거래가 무효라는 것이었다. 부암장 소송과 토지매입 소송이 조정으로 마무리됐지만 양측은 모두 치유하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2012년에는 창업주 사망 10주기 행사를 형제들이 별도로 개최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법적 분쟁을 겪는 동안에도 형제들이 창업주의 제사를 따로 지냈다는 설도 있다. 재산싸움으로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최근 삼성그룹도 재산분쟁을 하면서 이건희 회장 측이 장남인 이맹희와 종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이병철 회장의 기일에 묘소를 참배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논란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도 중요하지만 인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동양적인 관점에서 그룹을 운영하는 기업주는 임직원에게 부모와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기업의 회장이나 사장이 직원들의 모범이 되지 못하면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직원들에게 무슨 낯으로 기업문화의 핵심인‘화합’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한국이 천박한 자본주의를 잘못 받아들이면서 사람의 도리보다는 돈의 위력이 우선시되고 있다. 기업도 사회도 국가도 사람의 도리가 우선되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한진이 수송보국의 일념으로 물류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하지만 성장이 정체된 것도 건전한 조직문화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리더십이 전수되지 못했다한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오랫동안 한진에 근무했던 직원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창업자 조중훈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좋게 평가했다. 의사결정을 늦추지 않고, 실무자의 의견을 존중했다는 것이다.실무자들이 문서를 기안해 올라가면 대체적으로 3가지 질문을 했다고 한다. 첫째,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둘째,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뭐가 문제인가? 셋째, 얼마가 투자돼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쾌하면 아무 소리 없이 사인을 하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경영자들이 대기업을 일굴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특이한 리더십, 신념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이 ‘해 봤어’라는 말을 하면서 무조건적 도전을 강조한 것과 마찬가지다. 정주영 회장의 한마디보다는 조중훈 회장의 세 마디가 더 구체적으로 명확하다.한진의 직원들을 보면 매우 섬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창업자의 업무스타일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직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기안한 문서에 대한 3가지 질문을 대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한진이 창업자 사후 이렇다 할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창업자의 신념과 리더십이 자식들에게 전수되지 않았지 않나 의심을 받고 있다. 장남이 조양호 회장도 물류전문기업을 지향하지만 사업혁신을 하지 못하고, 자녀들을 경영일선에 투입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대한항공 기내 폭행사건을 대처하는 것도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건관련 내부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되고,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고객의 인권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지적을 받는다.고객의 행동도 문제였지만, 이에 대처한 승무원의 대응도 미숙하지 않았냐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고객은 재직하던 기업에서 사직을 하고 언론과 접촉을 끊은 상태이지만 대한항공이 이슈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은 기업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진이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고객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긴 창업자의 신념과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고객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서비스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물류산업에서만큼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정도로 혁신을 거듭했지만, 소위 말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이점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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