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기업과 화이트기업] (17)기업의 경쟁력과 혁신은 귀족노조보다 비정규직이 창출
민진규 대기자
2016-05-16 오전 11:37:11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주주, 직원, 협력업체, 채권자, 소비자, 정부 등으로 다양하다. 1980년대 미국에서 기업의 존립목적이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경영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이 중시되면서 기업경영의 목표가 다원화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 

구직자와 직원이 정의하는 블랙기업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블랙기업을 ‘노동법 및 기타 법령에 저촉 또는 그 가능성이 있는 조건으로 직원에게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 심한 괴롭힘 등 폭력적 강제를 일상화해 직원의 노동을 강제하는 기업이나 법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낮은 보수로 가혹한 노동을 일삼으며, 직원들을 1회용으로 생각해 쓰고 버리는 기업이 블랙기업으로 인식한다.

구직자는 직원과 달리 기업이 직원을 채용하는 목적이 잘못됐다고 판단한다. 서로 입장차이가 있는 셈이다.

채용공고나 퇴직자의 평가 등을 고려하면 블랙기업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데 왜 지원은 하는 것이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고용시장의 현황을 잘 모르고 있다. 구직자는 넘쳐나고 일자리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블랙기업이라도 입사를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구직자가 많다.

사막에서 지쳐 쓰러진 여행객이 오아시스를 발견했는데 물을 마시려고 하니 독사가 우글거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아시스의 물이 독으로 오염되어 있어 마실 경우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우선 급한 것이 마른 목을 축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물을 마실 수 밖에 없다. 

귀족노조가 있는 기업도 블랙기업인 경우가 많아

블랙기업이라고 해도 정규직원들까지 강압적으로 대우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상장기업이나 오래된 기업이라면 신입사원이나 비정규직 직원에게는 악독하고 비열하게 대하더라도 정규직원들에게는 최소한의 예우를 갖춘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이 오래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보호된다면 비정규직이나 협력업체 등을 차별하는 행위에 대해 눈을 감는다.

오히려 정규직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스로 앞장서 비정규직원들의 착취하기도 한다.

노조가 결성돼 있고 노조의 영향력이 강한 기업에서도 이러한 행태가 만연돼 있다. 소위 말하는 ‘귀족노조’도 이에 해당된다.

노조가 경영진보다 앞장서 비정규직이나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어렵거나 위험한 일을 떠 넘기고 자신들은 편안하고 쉬운 일만 하도록 만든다.

자신들의 권리는 철저하게 보호하지만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이익은 커진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경쟁력과 혁신은 귀족노조보다 비정규직이 창출

일본에서도 비정규직이나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는 블랙기업으로 낙인 찍혔지만 직원들에게는 화이트기업인 사례가 많다.

직원이라고 해도 모두 공평하게 잘 대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임원급이나 핵심직원에게는 화이트기업이고 대부분의 일반 직원에게는 블랙기업인 경우가 많다.

실제 모든 직원에게 화이트기업인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도 직원들에게 높은 급여나 많은 승진기회를 제공하지만 단기 계약직에게는 블랙기업으로 악명이 높다.

한국의 대기업이나 공기업도 이와 유사하다. 위험하고 힘든 일은 단기 계약직에게 맡기고 정규직은 노조를 만들어 복지혜택을 늘리는 방법을 찾는 것만 고민한다.

정규직원과 비정규직원을 차별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무한노동쟁의와 귀족노조로 유명했던 조선 관련 대기업도 세계 1위 타령만 하다가 주저 앉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과 혁신은 귀족노조나 정규직보다는 상황이 절박한 비정규직이 창출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었던 것이다. 

– 계속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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